이달말 여당 총재되는 이회창…오늘 개혁안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한국당의 '얼굴' 이 바뀐다.

9월말 당총재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서 이회창 (李會昌) 대표로 교체되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여권의 역학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따르게 된다.

힘의 중심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지는 것은 물론 다른 부문에서도 변화가 이어질게 분명하다.

李대표는 이제 후견인 없이 자력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그의 과제는 더욱 많아졌다.

경선탈락자를 무마하고 후임 대표 인선과 선거대책위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당내 문제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원없이 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타정파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대선구도를 유리하게 짜나가야 하는등 그를 기다리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이회창이 이끄는 신한국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의원.위원장 연석회의가 끝난후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얼굴엔 '비장 (悲壯) 과 수모의 빛' 이 역력했다.

그러나 9일엔 상당히 자신감을 되찾은 표정이었다.

연석회의 이후 있은 金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선언이 작용한 듯했다.

그는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김진재 (金鎭載).서정화 (徐廷華) 의원등 중진 5명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다짐했다.

李대표는 金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선언으로 자신을 둘러쌌던 어지러운 상황은 거의 정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심 (金心) 의 모호성' 이란 것도 사라졌으며 그는 명실공히 여당의 주인이란 자리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곧 여당총재가 되는 李대표는 정부기관을 비롯한 여권조직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한 핵심 측근의원은 "그동안은 주요 정부부처에 대해 李대표의 영 (令) 이 서질 않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권한과 영광만큼 李대표는 자기 책임하에 당을 추스르고 대선을 치러나가야 하는 부담도 고스란히 안게 됐다.

당장 金대통령은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등 경선탈락자들을 잡아매는 역할을 지금까지처럼 적극적으론 수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李대표는 대선에 필요한 여권의 총체적 에너지도 자기가 책임지고 끌어들여야 한다.

당의 고위인사는 "이제는 대선자금을 모으고 정부의 정책협조를 얻어내는 일도 상당부분 대표의 손에 달리게 됐다" 고 분석했다.

李대표는 10일의 기자회견을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총재직 이양을 약속받은 후 처음 국민앞에 서는 만큼 그는 야당후보들에 대한 책임있는 대안 (代案) 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첫 카드로 3金정치의 근본을 바꾸려는 정치개혁에 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李대표는 그동안 측근인사나 유흥수 (柳興洙).김용갑 (金容甲) 의원같은 지지그룹으로부터 정국돌파와 정치개혁에 관한 강력한 건의를 많이 들었다.

그는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강재섭 (姜在涉) 정치특보등과 이를 다듬어 왔으며 기자회견에서 물건을 내놓을 것같다.

한 측근인사는 "李대표는 복수부총재나 당직경선같은 당내문제보다 국민에게 신선감을 줄 수 있는 과감한 정치개혁 카드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고 소개했다.

李대표는 기자회견후 추석연휴전까지 새로운 특보단의 인선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李대표는 총재이자 후보라는 위상에 걸맞게 정치적 무게가 있는 다수의 의원.인사들로 분야별 특보단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