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타격왕 양보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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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타격 1위 만큼은 절대로 내줄 수 없다. "

삼성 양준혁이 2일 LG전에서 시즌 26호 홈런을 포함한 4타수 2안타를 때려 타율이 다시 0.348로 오르며 3일만에 타격 1위에 복귀했다.

최근 3일간 프로야구 타격 1위의 얼굴은 세번이나 바뀌었다.

삼성 양준혁에서 쌍방울 김기태로, 다시 해태 이종범을 거쳐 양준혁으로 바뀌는 1일천하가 계속됐다.

한때 타율이 3할9푼대까지 치솟아 프로 원년이후 처음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양준혁이 최근 부진했던 이유는 내면의 갈등 때문이었다.

양준혁은 후반기 들어 김기태.이종범의 추격을 받았고 지난달말 쌍방울.해태와의 연속 홈경기에서 삼성투수들이 김기태.이종범에게 무차별 공략당하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던 것. 김기태는 판정번복 소동이 일어났던 대구에서의 4연전에서 연일 맹타를 터뜨려 (13타수 6안타) 연속경기안타 신기록 수립의 틀을 다지며 타율을 높였다.

이종범도 지난달 30일 최창양에게 홈런 두발을 빼앗는등 삼성과의 3연전에서 12타수 5안타를 기록해 타격.홈런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양준혁은 상대투수들의 심한 견제로 2할대의 부진한 타격을 보였다.

당시 삼성 백인천감독은 양준혁을 불러 "우리 투수들의 실력이 너를 도와줄 형편이 못되니 네 자신의 실력만이 타격 1위를 만들 수 있다" 며 용기를 북돋웠다.

일본에서 타격왕을 한차례 차지했던 백감독은 "나도 두번째 타격왕을 노릴 때 우리팀 투수들이 라이벌에게 안타를 계속 얻어맞아 타이틀을 놓쳤었다" 며 "그래도 어쩔 수 없더라" 며 양준혁을 달랬던 것. 그후 양준혁의 방망이는 변했다.

홈런을 때리기 위해 넘어질듯 휘둘러대던 무작정 스윙에서 나쁜 공은 치지 않겠다는 종래의 느긋한 자세로 되돌아 왔고 다시 안타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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