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씨 추석前 사면놓고 여권 난기류] 청와대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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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이 2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기대를 묵살했다.

全.盧씨의 추석전 사면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李대표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金대통령은 딱부러지게 '불가' 통보를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金대통령의 심기는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사면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 사항인데 왜 건드리냐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자신과 사전조율 없이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무책임하다' 고 화나 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문종수 (文鐘洙) 민정수석을 통해 밝힌 입장을 살펴보면 李대표가 이 사안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모르면서 '대선 전략' 으로 써먹으려 한다고 질책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 관계자는 "李대표가 사면을 통한 대통합으로 金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데 대해, 金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를 내세워 이를 정략적 자세로 평가절하해 '역 (逆) 차별화' 를 해버렸다" 고 해석한다.

청와대 내부에는 이 사안을 놓고 정치적 몫을 찾으려는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등 대선주자 전체에 대한 金대통령의 자존심 선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문제는 李대표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 점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金대통령이 李대표를 지원하는 것과, 역사적 사안을 다루는 것과는 별개이며 분리해서 봐야 한다" 고 강조한다.

이로 인해 金대통령과 李대표의 관계가 '갈등' 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면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참모들의 이같은 설명은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당국자는 "金대통령은 자신의 추석전 사면불가 입장표시가 미칠 파장을 정확히 예측했을 것" 이라면서 "이는 李대표를 지원하는 한계를 분명히 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관측 탓에 청와대 일각에서조차 金대통령이 후보교체 문제를 검토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두사람의 4일 청와대 회동이 金대통령이 李대표를 계속 밀어주느냐, 아니면 두사람이 힘겨루기 쪽으로 가느냐의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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