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전두환·노태우씨 사면' 갈등 일단 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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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2일 밤 청와대에서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전직대통령 사면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李대표는 자신이 제기한 '추석전 사면' 에 대해 金대통령이 이날 아침 '불가 (不可)' 입장을 표시하면서 청와대와 당 사이에 갈등 기류가 나타나자 바로 면담을 요청했다.

청와대 회동은 당초 4일로 잡혀 있었다.

회동에서 李대표는 독자적으로 사면을 언급한 것이 대통령의 사면 전권 (全權) 을 무시한 것으로 비쳐진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조기 사면을 거론한 필요성과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金대통령은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법조치의 역사적.개혁적 의미를 도외시한채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면이 결정돼서는 안된다" 는 점을 환기했으며, 李대표도 이같은 원칙에 동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李대표의 통합 정치 의지를 평가했고, 金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 고뇌에 대한 李대표의 이해 폭도 넓어졌다" 면서 "추석전 사면은 어렵지만 계속 논의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사면문제를 둘러싼 파장은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金대통령은 문종수 (文鐘洙) 민정수석을 통해 "임기중 언젠가는 사면을 검토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 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사면 시기에 대해 "이 문제가 공론화된 만큼 계속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는 시점에 단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은 "사면문제와 분리해 金대통령이 당총재로서 李대표를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 (反) 이회창대표측 일부의원들은 "李대표가 당공식기구를 거치지 않고 사면문제를 제기해 통치권에 상처를 내는 실수를 했다" 며 "李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 고 주장했다.

박보균.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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