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간' 주제맡은 박경씨 "그림 없이도 그림을 보여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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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단순히 잘 디자인된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소주제 '공간' 을 맡은 커미셔너 박경씨 (43) 의 말이다.

뉴욕 사우스 브롱스 178번가 (街)가 14년에 걸쳐 재개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5장의 컬러사진으로 시작되는 그의 전시는 그림이 단 한점도 등장하지 않는다.

세계 22개 도시의 모습을 설명하는 사진.개발도면 그리고 건축 모형 뿐이다.

그래서인지 평가도 엇갈린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장 데이비드 로스같은 사람은 "뉴욕에 가져가면 엄청난 전시가 될 것" 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역사 기록물들을 잔뜩 늘어놓은 금년 카셀 도쿠멘타의 재판 (再版) 같다는 냉소적 평가도 만만치않다.

"범행 현장에 남긴 지문이나 발자국을 보고 범인의 나이나 신장.성별을 판단하지 않습니까?

도시의 건축에도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누리는가가 잘 나타납니다. "

건축물에 담긴 도시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져 (mapping)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국내미술에 건축적 접근이란 충격을 준 박경씨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않다.

12살때 미국에 건너가 미시간 대학을 마치고 쭉 뉴욕에서만 활동해왔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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