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민투표 약속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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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신행정수도 문제는 균형발전 및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과 한 묶음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 작업이 진척되지 못하면 일차적으로 수도권을 발전시키는 정책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삼성전자 반도체.쌍용자동차.LG필립스LCD 공장 등을 지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것도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지방과 수도권의 지자체나 정치인들 사이에 일종의 빅딜이 이뤄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주제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은 지난해 지방과 수도권, 시민단체와 여러 지자체 간에 많은 토론을 했을 뿐 아니라 정치권도 많은 토의를 거쳐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을 압도적인 다수로 통과시킨 만큼 큰 틀에서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졌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민투표 회부 문제는 탄핵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던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함부로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측은 현재로선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거듭 확인하고 있으나 야당의 주장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국민투표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노 대통령은 대선 당시인 2002년 12월 14일 TV 후보연설에서 "행정수도 건설은 국민의 참여와 합의가 선결조건으로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며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밝힌 바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들어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1년반 전에 국민투표를 약속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부터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민적 합의와 재정적 뒷받침 없이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김안제 신행정수도추진위원장의 예상대로 다음 정권 때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 실시 발언에 대해) 답변할 차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철희.김성탁 기자

<노 대통령, 수도 이전 관련 발언>

▶2002년 12월 6일="국민적 합의를 요구하는 문제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14일="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습니다."

▶2003년 2월 5일="여야 충돌로 저지되면 반대를 돌파하기 위한 차선의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말한 것으로,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2003년 12월 19일="누가 국민투표를 하자 하면 국민투표를 딱 내놓고 찬반토론하면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2004년 6월 11일="헌법에 없는 거 함부로 하면 법에 걸린다고 해서 이제는 국민투표 하면 탄핵이 먼저 생각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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