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1년 만에 최저인 1534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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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월 경상수지가 넉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전년 동월 대비 -32%)도 줄었지만 수출(-34%) 감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설 연휴로 며칠 쉰 게 바로 적자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월에는 35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27일 지난달 경상수지가 13억615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흑자를 냈지만 흑자 폭은 계속 줄어왔다. 그러다 1월엔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34% 줄면서 흑자 기조를 지켜내지 못했다. 자동차(-56%)·기계(-38%)·철강(-26%) 수출이 특히 부진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2.5일 줄어든 영향도 컸다. 전년 동월 대비 하루 수출 증감률은 -25%로 지난해 12월(-26%)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상품 수지는 15억 달러 흑자에서 15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전반적으로 수입이 줄었지만 겨울철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 수입은 불가피했다. 특히 가스는 수입액이 1년 전보다 51% 늘어났다. 원유값 하락이 가스 가격에 반영되는데 3~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유가 하락 덕을 별로 보지 못한 것이다.

2월 전망은 밝다. 설 연휴가 1월에 있었으므로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이틀 늘었고,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선통신기기와 일반기계류의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선박 수출이 더 좋아진다면 40억 달러 이상의 흑자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하락 지속=27일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6.5원 내린 달러당 1534원에 마감했다. 11년 만에 최저치다. 이날 발표된 경상수지 통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전날 발표된 정부의 외화 유동성 확보 대책도 별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다. 엔에 대한 원화값은 전날보다 19.6원 내린 100엔당 1570.92원을 기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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