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상품 덤핑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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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씨는 최근 서울의 A여행사를 통해 중국 베이징을 3박4일간 여행했다. 여행사에는 통상적인 왕복 항공료보다 싼 30여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K씨는 여행 기간 내내 오전 8시부터 밤늦게까지 관광지와 쇼핑센터를 파김치가 될 정도로 강행군해야 했다. 현지 여행사는 발마사지와 피부손질 등 선택관광(옵션 상품)도 노골적으로 권유했다. 여행비가 너무 싸다 보니, 이런 식으로 원가를 뽑아내려는 의도였다. 결국 K씨는 불쾌한 기억을 갖고 귀국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싸구려 여행상품을 강력하게 제재키로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국무원(중앙 정부)이 여행객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위반한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관광여행상품 조례’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5월부터 시행되는 이 조례는 중국 입국 여행상품 취급업체와 중국인 해외 관광 상품 판매 업체에 모두 적용된다.

조례에 따르면 계약 위반 행위, 계약에 없는 선택 상품 강매 행위를 하는 여행사에 대해선 10만~50만 위안(약 2000만~1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규정을 어긴 관광 가이드에게는 1만~5만 위안의 벌금을 물린다. 위반 정도가 심하면 여행사 영업 허가와 가이드 자격증을 취소한다. 또 저가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여행사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관광객을 모집해도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 관계자는 “그동안 왕복 항공 요금보다 싼 싸구려 상품이 범람했고, 돈을 받지 않고 관광객을 모집해 중국으로 보내는 업체도 있었다”며 “이번 조례가 정착되면 싸구려 상품이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국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 상품 덤핑 판매가 줄어들면 제값을 받고 중국인 한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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