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툭하면 벌렁 드러눕더니…이젠 안 넘어지려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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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농구 선수들이 고분고분해졌다. 경기 중 심판에 대한 항의가 줄어들고 경기 진행은 더욱 빨라졌다.

한국농구연맹(KBL)이 경기 중 심판과 팬을 속이는‘시뮬레이션 액션(일명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24일 첫 벌과금을 부과한 후의 풍경이다.<본지 2월 26일자 23면>

툭하면 넘어지고 심판의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미세한 신체 접촉에도 엉덩방아를 찧던 수비수들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섣부르게 ‘연기’를 했다가는 득점도 내주고 벌금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KT&G와 KCC 경기에서 흥분한 김일두(27·KT&G)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자 팀 동료 양희종(25)이 만류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시뮬레이션 액션 벌칙 조항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데굴데굴 구르던 선수가 사라지고 심판의 판정에 사사건건 설명을 요구하던 모습이 사라지니 경기 진행은 박진감이 넘쳤다. 또 심판들은 선수·감독들에게 시달리지 않아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광호 KBL 심판위원장은 “벌써 시뮬레이션 액션이 많이 줄었다. 팬들의 심판에 대한 불신감도 줄어든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시뮬레이션 액션 벌칙 부과로 선수들의 정상적인 몸싸움은 더 많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자랜드 김성철(33)은 “할리우드 액션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동업자끼리 속여서는 곤란하다”며 잘됐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LG 조상현(33)은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경고 한 번 정도는 주고 제재를 하는 게 맞다. 이규섭(삼성)은 세 번이나 걸려 60만원(한 건당 벌금 20만원)을 물어야 하는데 얼마나 황당하겠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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