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착 못해 답답한 조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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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의 표정은 상당히 어둡다.

측근들에게도 "답답하다" 는 말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민주당총재로 취임은 했지만 아직까지도 당 내외의 상황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당과의 의견조율이 문제다.

1일만 하더라도 全.盧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를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이 표출됐다.

趙총재는 두 사람의 사면에 찬성했는데도 당은 이를 공식당론으로 발표하지 못했다.

趙총재의 개인입장이라는 단서를 달아 보도자료로 발표됐을 뿐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全.盧 사면에 가장 크게 반발해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부영 (李富榮) 부총재와 김홍신 (金洪信).이미경 (李美卿) 의원은 1일 '공동성명' 에서 趙총재의 발언을 "역사적인 죄악행위" "TK세력에 아양떠는 행위" 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지난달 30일 부총재 인선발표를 둘러싸고도 발표→취소지시→취소보류등의 해프닝을 겪었다.

부총재로 임명된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 의 김정길 (金正吉) 전의원과 제정구 (諸廷坵) 의원이 거부하자 趙총재측은 오후4시쯤 당에 전화를 걸어 "왜 당사자들과 사전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발표했느냐" 며 오전에 한 발표의 취소를 요구한 것. 결국 강창성 (姜昌成) 부총재등이 나서 "취소하면 더 우스워진다" 며 만류, '소동' 으로 끝났지만 趙총재의 '첫 작품' 은 모양새가 이상하게 돼버렸다.

당 기존조직과 당 외곽에서 趙총재의 개인특보역할을 하는 '신주류' 세력들과의 불협화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권오을 (權五乙) 대변인조차 趙총재가 지난달 31일 MBC의 한 대담프로에 나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정도다.

이 때문에 權대변인이 31일 시장공관을 찾아 "특보들이라 하지만 정식직함을 받은 사람들도 아니지 않느냐. 앞으론 채널을 단일화시켜 달라" 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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