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全·盧씨 사면건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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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대표가 드디어 카드를 뽑아 들었다.

李대표는 우선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이라는 대형이슈로 9월정국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사면이 안될 경우 형집행정지로라도 두 전직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만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도 李대표의 건의를 거부할 것 같지 않다.

만일 金대통령이 이를 일축할 경우 여권에는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긴다.

매우 심각한 진통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全.盧 두 사람이 일단 추석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들의 사면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李대표가 이같은 결단을 내린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李대표는 추석전에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동시에 대선승리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당 안팎의 비판적 시각을 불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보이면서 국면전환을 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

全.盧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은 그만한 무게가 있다고 평가되는 몇 안되는 큰 사안이다.

또한 자신이 이미 '대통합의 정치' 를 주창한 만큼 사면은 이같은 의지를 가시화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동시에 대선승부가 걸려 있는 영남권에 대한 대책마련의 의미도 있다.

李대표는 영남의 민심을 잡아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의 호남표에 필적하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함께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으로 범여권 결속의 깃발을 들면서 여권성향 또는 영남권후보 출현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두 전직대통령이 이미 2년 정도의 수형생활을 해 쿠데타와 부정축재에 대한 단죄도 어느 정도 된 만큼 국민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李대표가 이처럼 칼을 뽑아 든 만큼 사면건의가 단발성에 그칠 것 같지 않다.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해 李대표는 '대통합' 주장에 걸맞은 후속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의 측근들은 '큰 물건' 이 더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9월정국은 더욱 복잡해지고 숨가빠지게 됐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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