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광주비엔날레 맡은 이영철 전시기획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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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뚜껑이 열려봐야 정확한 평가가 나오겠지만 제 스스로는 최소한 80점 이상은 되는 수준급의 비엔날레라고 자부합니다."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에 정신없이 뛰고 있는 광주 비엔날레 이영철 전시기획실장은 "양 (量) 이 아니라 질 (質) 로 승부하는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처음의 약속은 지켰다고 본다" 며 본전시에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의 기자를 거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 머무르던 이실장은 지난 96년 5월 광주 비엔날레 본전시를 책임지는 전시기획실장직을 맡아 이때부터 줄곧 광주에서 생활해왔다.

"본전시의 5개 소주제별 전시 하나하나가 모두 힘겨루기의 결과" 였다는 말로 그 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국작가 선정과 전시구성 문제등으로 커미셔너들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물론이고 미술에 대한 이해가 적은 광주시 공무원들과의 입장 차이로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이실장은 "다음 비엔날레를 누가 맡아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광주 비엔날레가 제대로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기능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면서 "많은 미술전문인들에게 비엔날레 조직을 개방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일관된 광주 비엔날레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홍보등 실무 행정분야에도 민간인 전문인력을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 는 입장을 보였다.

이실장은 "이번 비엔날레는 최고 수준의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는 점 외에도 한국작가 선정에 있어 일체의 화단정치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고 밝혔다.

원로급들의 텃새에도 불구하고 젊은 신인작가들을 참여시킨 것은 광주뿐 아니라 전체 한국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특별전 수와 전시 이외의 다른 행사를 줄여 본전시에 좀더 많은 비용을 썼으면 훨씬 질좋은 전시를 꾸밀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고 말했다.

광주 =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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