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사 망명관련 카이로 북한 대사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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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카이로의 자말렉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주변 광경은 매우 삭막하다.

인적이 끊긴 가운데 철문이 굳게 닫혀있고 대사관 주변엔 경찰차 3~4대와 1개 소대 병력의 이집트 경찰이 엄중경호를 펴고 있다.

외교관및 가족등 50여명에 달하는 북한측 요원들은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대사관 안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취재기자들이 대사관에 접근하면 이집트 경찰들이 육탄으로 저지하고 있다.

한편 이집트의 한 언론인은 25일 이집트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장대사가 대사관의 모든 공금을 깡그리 챙겨 달아났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언론인은 북한측 요원들이 매우 격분해 있었고 "장대사를 반드시 찾아내 보복하자" 는 결의를 다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장대사는 잠적 하루전인 지난 21일 북한 대사관 차석인 강철현 1등서기관의 집을 찾아 "당신이 평양으로 돌아오면 적극 밀어주겠다" 고 말해 강서기관은 그가 이임 인사를 하는줄 알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연막작전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측 대사관 요원들도 장대사 부부의 잠적에 관한 언론보도가 "90% 진실" 이며 "장대사가 실종된 아들이 있는 캐나다로 갔을 것" 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이들과 접촉한 소식통들이 밝혔다.

50여명에 달하는 카이로 주재 북한인들은 사건발생후 모두 대사관과 대사관 인근의 아파트에 집단적으로 모여 서로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평소에도 반드시 3~4명씩 복수로 움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감시원의 지시를 받던 북한인들은 더욱 행동에 제약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 야채가게등에 가끔씩 보이던 북한인들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편 이번 사건 발생후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는 이집트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대사가 사전에 이집트 외무부에 망명의사를 밝혔으며 미국측도 협조요청을 했다는등 이런저런 소문들이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이집트측은 일체의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이로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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