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경기지사 黨개혁안 제출 속셈]경선승복 뒤집고 출마위한 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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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가 26일 향후 거취를 둘러싼 단서를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당 개혁안이다.

李지사는 이 개혁안 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독자출마의 수순밟기에 들어간 인상이다.

李지사가 제출한 당 개혁안의 핵심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대통령직과 총재직의 분리다.

대통령이 겸임해온 총재직을 분리하자는 것은 총재에게 실질적인 당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다름아니다.

총재 취임을 눈앞에 둔 이회창 (李會昌) 대표로서는 받기 어려운 주문이다.

그러면서 李지사는 총재 직선제도 주장했다.

현행 당헌에도 전당대회에서 선출토록 규정돼 있지만 한번도 경선이 이뤄지지 않은 총재 직선제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어쩌면 李지사 개혁안의 진짜 핵심이다.

李대표가 대통령과 총재직 분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스스로 총재경선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총재경선은 후보교체론의 연장선에서 李대표의 재신임 투표가 될 수도 있다.

역시 李대표로선 받기 힘든 제안이다.

아직 李지사가 총재경선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의 외면으로 7.21경선에서 좌절했던 李지사는 총재경선에 크게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개혁안을 제출한 것은 결국 최소한의 명분을 챙겨 자신의 '경선결과 승복' 발언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李대표가 李지사의 요구를 전폭 수용할 경우, 즉 李대표가 총재직을 포기하면 임기가 보장된 경선 총재자격으로 뒷날을 대비하자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李지사는 이날 "개혁안과 내 거취문제는 별개" 라고 말했다.

측근들은 이를 "당 개혁안에 행보의 제약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 라고 설명했다.

李지사측은 李대표가 개혁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은 밝히되 시간을 끌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李지사는 개혁안 제출과는 별도로 독자출마 가능성을 계속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준여권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중" 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李지사가 개혁안 제출과 병행해 李대표 체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민주계 중진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있는 것도 주목대상이다.

이들과의 회동을 통해 李지사는 "정권재창출에 위기국면이 도래했다" 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李지사의 독자출마를 불투명하게 보던 민주계인사들은 면담후엔 李지사의 독자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李지사의 이번 개혁안은 독자출마에 앞서 李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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