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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학습 학교 교육과 연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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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서울 강남에서는 '놀이 과외'가 유행이라고 한다. 돈 받고 피구.제기차기.숨바꼭질 등을 하며 아이들을 놀게 해주는 과외인데, 관련 업체가 100여개가 넘을 정도로 호황이라고 한다. 사실 도시 아이들은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많고 방과후에도 각종 학원 수강으로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서로 어울려 마음껏 뛰어놀 만한 시간이 많지 않다. 이처럼 한창 나이에 제대로 놀지 못하고 공부에만 쫓기다 보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심지어 왕따.학교폭력 등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도시 아이들의 놀이문화와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농촌체험 학습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농촌체험 학습은 아이로 하여금 푸른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농사일을 직접 체험케 함으로써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농촌체험 학습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학교 교육 차원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 농촌청소년교육진흥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초등학교의 71%가 농사체험 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02년부터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종합학습시간'이라는 과목을 신설, 정규 교육의 하나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학교에서는 농촌체험 학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농촌체험 학습이 가족 단위의 주말농장에서나 이뤄지고 있을 뿐 학교 교육 차원에서는 그리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동안 학습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교과과정 운영상의 문제, 관련 학습프로그램이나 시설 부족 등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정서 함양을 위해 교육 당국이 앞장서 농촌체험 학습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은 특별활동 시간이나 수학여행 기간을 이용해 체험학습을 실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체험학습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일본처럼 별도의 정규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됐으면 한다.

아이들이 농촌의 대자연에서 농사일을 체험해보고 자연을 관찰하며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과 문화를 체득함으로써 세계화 시대의 역량있는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정부.학교.학부모.농업인 등의 협력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홍규 농협조사연구소 선임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