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수용자 북송 배경] 탈북자 집단행동에 보복성 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국이 북.중 접경 투먼(圖們)수용소에 억류 중인 탈북자 가운데 7명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의 신원이 지난달 3월 초 언론에 공개됐고, 정부가 이들의 북송을 막기 위해 중국 측과 교섭까지 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정부와 교섭해온 탈북자에 대해선 거의 한국행을 보장해 왔고, 특히 북송만은 피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들 7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베트남으로 가려 한 것은 한국행을 원했기 때문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외교부는 중국정부의 전격적인 조치에 허를 찔린 셈이다. 일각에선 탈북자를 보호하는 정부의 대중 교섭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일단 7명에 대한 보복의 인상이 짙다. 이들이투먼수용소로 붙잡혀온 뒤 북송 조치에 반대하기 위해 서너끼 단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송은 중국 외교부가 아닌 공안의 입김에 따라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중국 공안이 수용소 내의 집단 행동을 막기 위해 강경 카드를 빼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3일 국내 일부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났을 때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말만 믿고 "중국 당국에 알아본 결과 그런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내게 됐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국내외 탈북자 지원 NGO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 같다. NGO의 기획 탈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중국의 인권이 도마에 오르는 사건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중국은 탈북자 지원 NGO들이 인도주의적 활동을 넘어 중국의 인권 문제까지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탈북자 북송은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더라도 북.중 간 협약에 따라 탈북자를 처리하겠다는 뜻이 깔려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은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보고 있으며, 북한과 밀입국자 송환협정 등을 맺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 향후 탈북자의 북송은 줄을 이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중국 정부가 최근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처리 등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점으로 미뤄 본인 의사를 존중하는 기존의 탈북자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