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김주호의 땅굴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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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9보 (152~174)]
白.金主鎬 4단 黑.安達勳 5단

정확히 32분 만에 152가 떨어졌다. 백△들이 살아가는 수가 없다고 보고 포기하기로 결정한 뒤 그 다음의 끝내기 수순과 형세 등을 면밀히 체크하는 진땀나는 시간이었다.

154, 156으로 백은 중앙을 돌파했고 흑은 155,157로 백을 잡았다. 154에 흑이 '참고도'흑1로 막으면 중앙집은 지킬 수 있지만 백도 2, 4로 살아가버린다. 교환은 누가 이득이었을까. 복잡한 계산은 골치아프니까 생략하자. 그보다는 지금의 형세가 누가 유리한 것인지 알아보는 게 빠르다.

짐작했던 대로 형세는 흑이 간발의 차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경탄할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김주호의 자세였다. 압도적으로 우세하던 백의 김주호는 처음 이 같은 역전무드에 크게 당황했지만 곧 냉정함을 회복했고 치밀하게 반전의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우선 162로는 A의 선수가 크다. 그 점을 모를 김주호가 아닌데 A의 곳을 서두르지 않는다(A와 B를 교환하면 167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168. 이 수로도 기세상 우하 169에 뚝 끊고싶은데 김주호는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아내고 있다.

174란 초강수가 풍덩 떨어졌을 때 비로소 모든 이유가 선명해졌다. 김4단은 이 침투에 초점을 맞춰 계속 땅굴을 파고 있었다. 그래서 흑B에 돌이 오는 걸 막기 위해 A의 선수도 포기했다. 174라는 강수에 안달훈5단의 잘생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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