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 낙선자들, 黨운영권 노리며 관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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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있은지 꼭 한달이 됐다.

그럼에도 경선 후유증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있다.

낙선자들은 한결같이 협조를 미루고 있으며, 이회창 (李會昌) 대표측의 포용노력도 진전이 없다.

이같은 상황은 李대표 아들의 병역문제와 함께 신한국당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李대표는 19일 이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다른 후보들의 문제는 그리 심각한게 아니다.

(낙선후보들의) 협력은 당연한 것이고 조건을 다는건 있을 수 없다.

" 마음속으로도 이렇게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에 대한 확신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같다.

李대표는 "경선후에 몇몇과는 의견교환을 했고, 힘을 합친다는데 이견이 없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낙선후보들은 다르다.

분명한 '조건' 을 붙이고 있으며 이를 철회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의 경우는 협력은 고사하고 독자출마 여부에 관한 결정이 우선적인 관심사다.

李대표측의 협조요청이 귀에 들어올 계제가 아니다.

李지사는 28일부터 자매결연을 한 중국 광둥 (廣東) 성을 방문한후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간 김에 최형우 (崔炯佑) 고문도 문병할 계획이다.

이한동 (李漢東) 고문도 李대표측이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을 사전 양해없이 당직에 '징발' 한데 대한 불쾌감을 삭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연히 협조에 유보적이다.

당내상황이 더욱 혼미해질 경우 李고문이 보수대연합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덕룡 (金德龍) 의원의 경우 李대표에게 호의적이나 분명한 주문이 있다.

개혁세력과 손잡으라는 요구다.

때문에 金의원측은 李대표의 '조건없는 협조' 발언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성 (李壽成).박찬종 (朴燦鍾) 고문도 일체의 활동을 중지하고 사태를 관망중이다.

물론 李대표가 나름대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차례의 대 (對) 낙선주자 연쇄회동을 시도하고 있고, 막후접촉도 벌이고 있다.

청와대에 지원도 요청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李대표의 당선전망이 불투명하고 낙선주자들이 내심 노리는게 당 운영권, 즉 대표자리라는 점이 융합의 장애요인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李대표가 조속히 당내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지지율 회복도 중요하지만 몸을 던져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정치력, 참여폭을 넓히는 아이디어와 노력, 누구와 손을 잡을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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