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TV·가요등 대중문화속 욕설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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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예술은 사회 현실의 반영' 이라는 명제가 성립한다면 요즘 영화나 TV.가요등 대중문화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는 아수라장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 내용이야 차치하더라도 거의 말끝마다 나오다시피하는 욕설은 우리 사회의 정서가 그만큼 비틀려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요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우리영화 '넘버3' . 3류 인생들의 막무가내식 삶을 감칠맛 나는 대사에 녹여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극의 재미와는 별도로 그 욕설의 빈도와 강도로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검사는 욕을 하도 많이해서 극중에서조차 'X를 입에 물고 다니는 놈' 이라고 얘기를 듣고 있을 정도다.

역시 높은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나쁜 영화' 나 '할렐루야' 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비행 청소년들의 모습을 실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나쁜 영화' 와 건달의 사기행각을 코믹하게 그린 '할렐루야' 에서 욕설은 이미 감초가 아니다.

'세상 밖으로' 에서 문성근과 '나에게 오라' 의 박상민이 질펀한 욕을 해대기 시작한 이래 우리 영화감독들은 욕이 일종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영화는 제한된 관객을 상대로 하는만큼 어느정도 융통성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방송은 어떤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KBS 주말극 '파랑새는 있다' .소시민들의 삶을 여과없이 그려내 인기를 모으는 이 드라마에서 극중 가수인 패티정은 '그래서 이년아' 라는 말이 없으면 딸과 얘기를 못한다.

MBC '내가 사는 이유' 와 얼마전 끝난 SBS 수목드라마 '모델' 에서도 거친대사와 욕설은 빈번히 등장한다.

가요도 예외가 아니다.

인기그룹 디제이덕은 가사중 'XX 웃겨요' 라는 욕을 삽입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사실 욕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하나의 윤활유가 될 수도 있다.

조상들은 욕 하나를 하더라도 '욕에 정든다' 라는 말처럼 질펀한 해학과 기지를 담아냈다.

하지만 요즘 욕들은 거칠고 직설적이며 조악하다.

따지고 보면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학원폭력도 거친 말투와 저속한 욕지기를 더이상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어린 학생들의 거칠어진 정서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닌가.

문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때로 대중을 선도할 의무도 갖는다.

그것은 문화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욕을 먹는 사람, 욕을 전하는 사람, 그러나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는 자는 욕설을 퍼부은 그 사람 자신이다."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끼의 말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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