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고 싶어하는 계층도 있어 수요 진작책 강력하게 펼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업들이 투자를 다시 활발히 하려면 세계적인 금융위기 불확실성이 사라져 턴어라운드 시점(변곡점)이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속한 정부의 재정 집행과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분위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고 문을 열라는 정치권의 최근 발언에 기업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기업이 실제 금고에 현금 뭉치라도 쌓아 둔 것으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반박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운영자금과 내부유보 등 현금성 자산은 금고가 아니라 모두 은행에 들어 있는 것”이라며 “매출과 수익이 엉망인 최근 수개월간 기업이 감원 등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이런 현금성 자산 덕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조속한 재정 집행과 강력한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투자환경을 먼저 개선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전무는 “그린 뉴딜 등 이미 나온 정부 정책을 신속·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며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에 걸쳐 있는 덩어리 규제를 풀어주면 당장 투자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그룹의 한 부사장은 “투자를 하려면 정치·사회적인 안정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며 “수많은 규제 완화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게 많다”고 말했다.

수요를 자극할 과감한 정부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건설 계열사가 있는 한 그룹 관계자는 “분명 우리 사회에는 돈이 있고 이를 쓰고 싶어하는 계층도 있다”며 “외환위기 때처럼 한시적이고 강력한 수요 진작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조성되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 애쓰는 기업들은 알아서 투자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승녕·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