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살인도 기소 … 유죄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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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22일 강호순을 기소하면서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중국 동포 여성 김모(당시 37세)씨 살인 혐의도 포함시켰다. 검찰은 2007년 1월 김씨를 살해해 암매장했다는 강의 자백에 따라 암매장 지점으로 지목한 화성시 마도면 골프장에서 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시신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강의 자백이 일관되고 실종 당시 정황, 함께 투숙한 모텔과 범행 직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장소 등 객관적인 사실이 자백과 일치하기 때문에 유죄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해 다른 증거들이 얼마나 충분한지에 따라 유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시신을 찾아내지 못한 데다 A씨가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검찰은 집에서 발견한 혈흔과 피부 조직, 뼛조각, 수돗물 사용량 등을 증거로 A씨를 기소했다. 대법원은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해 3월 동거녀의 언니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B씨의 상고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며 “B씨의 경우 공범이나 그 밖의 제3자가 개입한 독자적 범행에 의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폭력행위만 유죄, 2심에선 살인 혐의까지 유죄를 선고하는 등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이러한 판례 경향으로 볼 때 검찰이 강의 김씨 살해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안전하게’ 받아내기 위해선 보다 다각적인 보강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증거(시신) 없이도 살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간접증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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