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과학관 이름이 아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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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소년들에게 과학하는 마음을 키우고 과학의 응용실체를 보여주자는 뜻에서 설립된게 국립과학관이다.

그러나 꿈의 산실이어야 할 과학관이 10여년이 넘는 구닥다리 전시물에 냉방장치마저 돼 있질 않다.

'국립 과학관' 이란 이름이 아까울 정도다.

한 나라의 과학수준을 알려면 그나라 과학관에 가보라고 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70년대형 과학관으로 21세기 우리 과학의 미래가 밝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국내엔 서울의 국립과학관을 비롯해 대덕종합과학관과 지방 학생과학관을 포함해 10여개 과학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들이 찾는 곳이 72년 개관된 서울과학관이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무관심속에 방치되면서 시설은 노후되고 전시물은 예전 것 그대로 남아 명목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과학관은 인구 10만단위로 도시마다, 마을마다 열려 있다.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하는 마음을 키우면서 관람객 스스로 조작.작동까지 할 수 있게 돼 있어 사회교육적 역할도 함께 한다.

전문인력과 연구원도 상주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면서 현장체험을 통한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전시물 자체가 낡아 빠졌고 작동되지 않는게 대부분이어서 흥미 자체를 유발할 수 없게끔 돼 있다.

그나마 방학숙제를 위해 몰려든 학생들마저 찜통 과학관에서 견딜 수가 없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과학관이란 국가기반시설이다.

자라는 청소년에게 과학하는 마음과 과학현장 체험을 가르치는 곳이다.

10여개 남짓한 과학관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과학관의 운영실태가 이렇다면 정부가 나라 장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예산과 전문인력을 늘리고 과학관다운 전시물을 갖춰야 하며 지역과학관도 증설해 나가야 한다.

학교마저 과학기자재 시설이 전무한 형편에 지역과학관이라도 제대로 갖춰야 21세기 정보과학시대를 맞아 최소한의 과학교육이라도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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