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연금 체납 압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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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생활비를 압류당한 3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남 당진군 당진읍 읍내리에서 소규모 일식집을 운영하는 조모(38)씨는 심각한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 말까지 빚이 1억4000만원까지 늘어났다.

국민연금 체납액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200여만원(22개월분)으로 불어나 지난 2월 공단 측으로부터 자동차를 압류당했다.

조씨는 공단을 찾아가 통사정을 해 우선 50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추후 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전화요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린 조씨는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다.

부인(35)과 2남1녀를 둔 조씨에게 유일하게 남은 생활비는 이달 초 입금될 4~5일치 일식집 카드매출금 129만9000원뿐이었다. 그러나 공단 측은 지난 4일 이마저 압류해버렸다.

절망한 조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쯤 집 근처에서 극약을 마시고 중태에 빠진 뒤 11일 0시40분쯤 숨을 거뒀다.

이 같은 사실은 조씨의 처제(32)가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자살까지 몰고 간 국민연금'이란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는 '국민연금이 국민을 다 죽이고 있다'는 등의 비난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국세 징수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강제 징수에 들어갔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적 하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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