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어선나포 중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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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새로운 팽창주의가 일본국내에서 제동이 걸렸다.

영해침범혐의로 나포돼 기소된 한국어선 선장에 대한 재판에서 일본의 한 지방법원이 15일 공소를 기각, 사실상 영해를 확장하려는 일본정부의 의도와 어긋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일본법원의 결정은 우리가 주장했던 논거와 일치한다.

일본정부가 영해법을 개정해 그동안 공해로 간주되던 해역까지 직선기선방식으로 자기네 영해로 편입해 이 해역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을 나포하는데 대해 우리정부는 한.일어업협정 위반행위임을 지적, 일본측의 선박나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 왔다.

한.일어업협정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직선기선을 채택할 경우 상대방과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법적용에 있어서도 국내법보다 국제법이 우선한다는 것이 우리쪽 논거였다.

이번 일본법원의 판결은 조약과 국제법규가 항상 국내법에 우선해 효력을 갖는다는 일본헌법조항까지 인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어선에 대한 일본의 단속과 재판관할권이 미치는가의 여부는 한.일어업협정의 해석에 따른다는 판결이다.

한.일어업협정은 연안으로 부터 12해리까지를 배타적 어업관할권이 미치는 수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그 바깥에서는 상대국 어선의 단속과 재판관할권을 포기하고 있어 일본에 우리어선에 대한 단속과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논거다.

이 판결에 대해 일본검찰이 불복할 뜻을 밝혀 상급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유지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본 해상보안청 역시 새로 선포한 영해에서 조업하는 한국어선은 계속 나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정부측은 법원의 판결과는 아랑곳없이 기존자세를 굽히지 않을 태세다.

그러나 이번 일본법원의 판결은 일본정부 행위의 그릇된 점을 입증한데 의미가 있다.

이처럼 불법적이란 사실이 입증된 이상 일본정부는 즉각 한국어선 나포와 같은 행위를 중지하고 기왕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 한.일 양국간에는 어업협정 개정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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