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 열며]'김정직' '강정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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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의 이름은 김진홍이고 아내의 이름은 강선우다.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 "여보 우리 둘의 이름을 바꿉시다.

내 이름은 '정직' 으로, 당신 이름은 '정확' 으로 합시다.

그래서 '김정직' '강정확' 으로 새이름을 씁시다" 고 말했다.

물론 실행은 못 해보고 말로만 그쳤지만 생각만큼은 지금도 간절하다.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안정을 이루지 못한채 흔들리고만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정직.정확 두 가지로 그 원인이 모이게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직하지 못하기에 서로가 불신하는 사회가 되고, 서로가 불신하기에 갈등과 다툼이 그칠 날이 없게 된다.

거기에다 우리 모두가 작은 일에도, 큰 일에도 정확하지 못하고 적당히 적당히, 대충 대충 일을 처리하기에 사고에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고, 비행기가 떨어지는 일들이 왜 일어나겠는가.

따지고 들면 정직과 정확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에 와서 누가 누구를 나무라겠는가.

서로가 '네 탓이다' 고 허물을 잡아봤자 결국은 자신의 허물로 되게 마련이다.

문제는 어떻게 고치느냐다.

'부정직' 하고 '부정확' 한 국민정신을 '정직' 하고 '정확' 한 국민정신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4년전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 우리 모두는 큰 기대를 걸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신한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국민들은 뜨거운 지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신뢰는 불신으로 변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일에 온 나라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자. 지도자를 새로 세운다고 쉽사리 풀어질 일이겠는가.

국민들이 정직하지 못하고 나라 일꾼들이 정확하지 않은 터에 대통령이 애쓴다고 될 일이겠는가.

우리는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그 기초란 국민들의 정직한 마음가짐과 정확한 몸가짐이다.

그렇다면 정직한 마음가짐과 정확한 몸가짐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바른 교육을 통해서 길러진다.

지금의 교육 말고 교육다운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교육이라면 우리는 너무 학교교육에만 치우친다.

학생들은 학교에 오기 전에 가정에서 먼저 배우고 온다.

가정에서 잘못 배운 자녀들을 교실에서 바로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른 교육이 되려면 가정과 마을과 교실, 그리고 교회와 일터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듣는 것마다,가는 곳마다 정직한 마음가짐을 접하게 되고 정확한 몸가짐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교실이 돼야 한다.

그래서 정직이 가장 효과적인 처세술이요, 정확이 가장 탁월한 기술임을 몸으로 배워나가게 해야 한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明治) 유신을 성공시킨 후 신일본건설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심했다.

긴 시간의 토론끝에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켰던 당사자들이 내놓은 결론이 있었다.

신일본건설을 위한 국가경영의 최우선을 국민교육에 두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교육중에서도 여성교육과 초등교육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여성교육은 어머니교육을 뜻했고, 초등교육은 정직한 시민육성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머니가 자녀들을 품안에서부터 바로 기를 때 바른 사회가 이뤄지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바른 가르침을 베풀 때 부강한 국가의 기틀이 닦여진다고 생각했다.

물론 일본교육이 성공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우리가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내용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김정직' '강정확' 으로 이름을 고쳐서라도 정직과 정확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진홍 두레마을대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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