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아스피린 1백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의 통증을 줄이는데 버드나무 껍질을 사용했다.

그후 서양에선 버드나무껍질을 해열진통제로 사용하는 민간요법이 전해 내려왔다.

19세기초 이탈리아 화학자들은 버드나무껍질에서 약효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을 분리해냈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불안정한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 위 (胃)에 큰 부담을 줬기 때문에 환자들로부터 기피당했다.

1897년 독일 바이어회사에 근무하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의 화학구조를 바꿔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호프만은 관절염환자인 부친이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호소하자 그 해결책을 찾다가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한 것이다.

아세틸살리실산은 2년후 아스피린이란 이름으로 시판됐다.

아스피린은 탁월한 약효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약' 이 됐다.

염료를 생산하던 중소기업체인 바이어는 아스피린으로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 자리에 올라섰다.

아스피린은 세계인의 상비약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약리작용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지난 95년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인체내에서 열.통증.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형성과정을 밝히면서 아스피린이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PGHS - 2효소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이와함께 아스피린이 위장을 보호하는 PGHS - 1효소의 생성을 방해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앞으로 PGHS - 1의 생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PGHS - 2를 공격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고 부작용없는 아스피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스피린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5만, 5백80억정 (錠) 이 소비되고 있다.

또 비단 해열.진통작용뿐 아니라 그밖의 많은 효과를 가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치료에 특효가 있을뿐 아니라 임신 부작용.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고, 식도.대장.직장암을 예방.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과연 만병통치약이라 할만하다.

지난 10일 아스피린은 탄생 1백년을 맞았다.

바이어는 아스피린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앞으로 생명공학 연구.개발투자에 연간 매출액의 7.3%를 투입, 암.에이즈 치료약 개발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아스피린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