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금 기금관리부터 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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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당초 예상보다 15년이나 빠른 2034년께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손질에 나선 국민연금제도의 개선시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현행 골격을 유지하면서 연금지급 개시시기를 늦추고 급여수준을 낮추는 방안, 제도의 기본틀을 완전히 바꿔 민간보험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이 두가지를 절충한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는 보도다.

현행 제도가 당초 '저 (低) 부담 고 (高) 급여' 형태로 마련됐고, 그동안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등 여건의 변화로 재정고갈이 앞당겨질 전망인만큼 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로서는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입안과 연금의 부실화 책임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이왕 연금제도 개선에 나선만큼 더 이상의 졸속과 시행착오는 없어야겠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우선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기금의 부실문제에만 집착해 국민연금이 갖는 사회보장적 의미를 희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강제저축과 사회보험을 기본틀로 하고 있다.

세대간뿐 아니라 세대내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간과해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3개 시안중에서 은행저축이나 다름없는 민간보험방식은 배제돼야 마땅할 것이다.

또 한가지 적립방식인 연금제도의 특징을 고려할 때 기금운용의 효율성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88년 처음으로 연금제도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적립된 기금은 22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금의 67%가량은 이자율이 실세금리보다 1.5%포인트가 낮은 공공자금으로 운용돼 실질적인 기금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금기금이 공공사업에 쓰이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금은 국민들의 저축이다.

최소한 시중금리 수준으로 이자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연금제도의 손질에 앞서 기금관리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책부터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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