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0조원 금고 열어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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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즉시 금고문을 열어 달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을 향해 한 호소다. 그는 “대기업에 100조원 넘는 투자 가능 금액이 있다고 들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의 투자는 나라의 지도자이자 기둥인 대기업 여러분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령 투자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해도 국민이 여러분 가슴에 사랑과 명예의 훈장을 달아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와 투자에 장애가 되는 모든 문제를 모두 폐지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이날 다른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도 두루 요청했다.

중소기업인을 두곤 “제발 현재의 고용을 유지해 달라”며 “현 고용을 유지해 준다면 임금의 4분의 3까지 정부에서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자에겐 “제발 올 한 해는 분규가 없는 한 해가 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의 노력도 촉구했다.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그는 “(정치가) 경제를 살리는 데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돼서야 되겠느냐”며 “당 대표를 비롯, 누구든 각급 레벨의 회담을 즉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든 야당이 원하는 장소에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권의 자기 희생도 필요하다.

“각자의 자각과 그에 따른 행동이 제일 필요할 때다.”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당은 개입 안 하는 게 이때까지 패턴이었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긴 어렵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대타협이) 이뤄지도록 북돋워 줘야 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한다면.

“당정 간 논의되고 결정된 게 없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비전투병을 파병했던 선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한·미 간 전통적인 우의의 바탕 위에서 결정해 나가겠다.”

그는 이날 구체적인 저소득층·신빈곤층 대책도 거론했다. ▶9급 공무원을 신규 채용할 때 저소득층 의무 채용 비율(현 1%)을 높이고 ▶청년 인턴제를 확대하는 한편 ▶대학생의 학자금 상환을 2년간 유예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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