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유가족대책위, 태풍으로 괌현장 시신발굴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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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한항공기 801편 추락사고 발생 7일째인 12일 괌 현지에선 태풍의 영향으로 시신 발굴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과 미군.괌정부가 운구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에선 부상자들이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하자 보호자들이 부상정도가 심한 다른 가족들의 안부를 알리지 못한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희생된 가족들의 시신이 확인된 일부 유족들은 미 해군및 괌정부의 처리과정이 더딘데다 시신 처리에 대한 한.미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운구가 늦어지자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미 해군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측이 "시신 확인작업은 우리가 맡아서 하고 있으므로 유족들은 시신을 볼 필요가 없이 한국으로 운구만 해가라" 고 밝히자 일부 유족은 "우리 가족의 시신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겠다" 며 인수조건에 서명을 거부하며 반발. 미국측은 "시신의 상태가 나쁘다면 괌에서 화장하게 해달라" 는 유족들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고로 희생된 국민회의 신기하 (辛基夏) 의원의 보좌관 김효왕 (金堯王.44) 씨는 "사고현장에서 부상자로 분류돼 병원에 옮겨졌다가 사망한 세 사람중 2명의 시신이 없어졌다" 고 주장. …11일에 이어 12일에도 괌 현지는 태풍 '위니' 의 영향으로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쳐 12일 오후1시부터 사고현장에서의 조사작업과 시신 발굴및 기체 잔해 처리작업이 중단돼 유족들이 안타까워했다.

…유가족대책위원회는 12일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괌 현지로 파견된 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항공기 잔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데 항의, 신한국당에 사진에 찍힌 의원들의 명단 공개및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유가족측은 이날 신한국당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과 이해구 (李海龜) 정책위의장실로 전화를 걸어 "시체 썩는 앞에서 기념촬영이 말이 되느냐" 며 강력히 항의.

…부인과 남편이 각각 미국 본토에서 치료받고 있는 김민석 (金珉錫.30) 씨와 유정례 (柳貞澧.39.여) 씨 가족들은 차츰 병세가 회복중인 金씨와 柳씨의 모습을 보면서 속앓이. 사고 당시의 끔찍했던 순간을 기억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 두 사람에게 배우자들이 70~80%의 중화상을 입고 이국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것. 괌 =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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