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순 서울시장 본사 단독 인터뷰- "경제전문가가 국가지도자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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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순 (趙淳)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9일오전 시장실에서 이뤄졌다.

그와의 인터뷰는 몇차례나 진통을 겪은 끝에 이뤄졌다.

아직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아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선 이미 출마를 결심한 듯한 홀가분한 표정이 느껴졌다.

특히 자신의 당선가능성에 대해선 자신감을 거침없이 피력하는등 출마는 시간문제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그는 "혼잡통행료제를 실시키로 했을 때도 각종 비난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외로운 결단을 내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 라며 자신의 '정치적 결단' 이 곧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인터뷰 바로 직전 95년 서울시장선거때 대변인으로 그를 도왔고 지금은 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인 김민석 (金民錫) 의원이 1시간동안 趙시장을 면담해 국민회의의 '긴장감' 이 엿보였다.

- 대선출마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 출마는 하시는 겁니까. "

(웃으며) 아직 몰라요. "

- 출마하시게 되면 출마선언은 언제쯤 하실 겁니까. "글쎄요…. "

- 출마를 하시려면 공직자 제한규정 때문에 9월18일까지 그만두셔야 되는데요.

"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문제는 잘 알고 있어요. " - 민주당과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 사이에 趙시장 추대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는 지난달 24일 통추의 유인태 (柳寅泰) 전의원과 만난 이후 그쪽 사람들과 별다른 접촉을 한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과도 별다른 접촉이 없고요. 하지만 제 생각엔 결국 양쪽 모두 한 길로 통한다고 봅니다.

" -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을뿐 논쟁의 정점 (頂點)에 趙시장 추대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군요." (고개를 끄덕. )" 민주당.통추는 결국 한 흐름

- 그러나 국민회의에서는 지난 95년 서울시장 선거때 趙시장 캠프에서 趙시장을 도왔던 이해찬 (李海瓚).김민석의원등이 나서 趙시장의 출마를 어떻게든 막으려 하고 있는데요.

"그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는 합니다. "

- 국민회의에서는 趙시장이 출마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긴 하지만 결국 돈과 조직의 한계 때문에 출마를 포기하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젠 진보도 보수도 없고 국가화합 차원에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세력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죠. 국민화합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항상 변화가 가능합니다.

" 여당에만 이롭지는 않을것 (이 부분에서 趙시장은 자칫 변화라는 말이 중도에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느꼈는지 잠시 멈칫한 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변화란 (돈과 조직이 필요한) 현실정치가 변할 수 있다는 극히 원론적인 의미의 변화입니다" 라고 부연 설명했다.

) "즉 나의 고민은 여야차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 - 趙시장이 출마하면 김대중 (金大中) 총재가 표를 빼앗겨 결과적으로 여당을 도와준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글쎄요, 반드시 야당에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곤 볼 수 없지요. "

-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趙시장의 지지도가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활짝 웃으며) 그런 것은 잘 안믿어요. "

- 출마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시나요.

"그거야 물론 자신이 있으니까 나오는 거죠. "

- 경제난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단발적인 해결책만 갖고는 안됩니다.

기본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경제난국 해소를 위해선 두가지를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첫째는 단기적인 대책입니다.

금융공황등의 경우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둘째는 중장기적인 방향설정입니다.

이것이 잘못되면 어려운 경제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중 특히 중장기적인 경제운영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면서도 지금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기도 합니다. "

- 그러기 위해선 경제전문가가 국가의 지도자가 돼야한다는 것입니까.

"이제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죠. "

- 趙시장이 출마를 굳히는 것도 그렇기 때문입니까. "그런 것도 일부 있지요. "

- 내각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글쎄요. 내각제는 조금…. 하지만 (대통령제와 내각제)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내각제문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 김대중후보나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후보등 현재의 야당후보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운 것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결국 집권당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보세요. 야당후보가 여당후보를 앞지르지 못하고 있잖아요. 이상한 현상입니다.

비정상적이죠. 이는 국민들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깊이 절망하고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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