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안전체계 선진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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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한항공기 괌사고는 사고원인 조사과정을 통해 항공운항의 안전관리체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으로 드러나든 우리의 항공안전체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고재발 가능성은 항공업계와 시설.제도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항공업 종사자들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항공업의 기본은 안전이다.

그러나 사고의 대부분이 조종과실과 정비불량으로 드러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관계자들의 안전의식은 철저하지 못하다.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자만심은 예사고 보완해야 할 기체결함에 대해서조차 관계자들간에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니 심각한 일이다.

이는 종사자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항공사 운영과 조종실 문화가 권위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정비.점검을 할 틈도 없이 무리한 운항을 하는 것도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한 것이다.

항공사 종사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명희생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처럼 엄청난 보상금을 물도록 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면 사고가능성에 안이한 대응은 하지 못할 것이다.

또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김포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 대부분이 착륙유도장치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효율성을 따져 봐야 할 일이지만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상응한 안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정부의 조직과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

건설교통부에 담당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인원이 부족하고 안전점검과 사고조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또 사고예방과 사고조사를 같은 조직에서 하다 보니 사고가 날 경우 책임문제 때문에 원인규명과 대책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관리와 사고조사가 이원화된 미국의 관리체제를 그대로 도입하지는 않더라도 그 취지를 살리는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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