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노회찬 공방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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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유 의원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 간의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유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민노당이 인사권까지 갖고 있냐"면서 자신을 두고 노 의원이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는 "민노당 정책 중 시장친화적인 정책 하나도 없다"면서, "나는 민노당이 대통령에게 공부하라고 해서 당신들이(야말로) 공부하라고 다시 돌려준 것 뿐인데 그렇게 반응하면 어떻게 하나. 우리당이 언제 진보라고 했나. 나는 리버럴이다. 내가 민노당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경제적 기본질서라는 시장 메커니즘 적합한 정책을 안하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안하면 배신이라고 떠들지 말고 왜 그걸 하면 주택가격이 잡히는지 이야기해 보자"면서 "이기붕이니 차지철이니 욕해대기 시작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 의원과 노 의원의 설전은 민노당 지도부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 후 대통령의 '시장친화주의적 정책'발언에 관해 비판한 것을 두고 유 의원이 12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usimin.net)에 '조중동과 민주노동당, 공부 좀 하십시요'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글에서 "노회찬 의원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느니 어쩌니 말하는 것은 심히 무례한 짓"이라면서 "제가 보기에는 노회찬 의원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훨씬 공부를 더 많이 한 정치인입니다. 물론 경기고등학교나 고려대학교 같은 명문학교를 나와야 '공부한 사람'으로 쳐주는, 그런 분들에게는 노대통령이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말입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노대통령이 '시장주의자'임을 발견하고 호들갑을 떠는 보수언론과, 한나라당과 똑같이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타령을 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께 권합니다. 대통령이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 따질 시간이 있으시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경제정책론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노 의원은 14일"내가 진보와 보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한 것과 관련한 반응인가 본데, 유 의원은 진보-보수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만 노 대통령은 모른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 의원의 행동에 대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씨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특히 자신이 노 대통령의 '고졸 학력'을 거론한 것처럼 유 의원이 발언한 데 대해 "내가 하지도 않은 학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대단히 악질적인 언어수법이고 위험하다"며 "난 대학 학사고 대통령은 사법고시 된 사람이니까 (대통령이) 오히려 더 높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편 민노당 이재영 정책국장도 유 의원의 홈페이지 글과 관련, 14일 당 홈페이지(www.pangari.net)에 올린 글에서 "유시민을 보면 이승만 정권의 2인자였던 이기붕이 생각난다"며 "국회의원은 원래 대통령 욕하는 게 직업이다. 대통령 감쌀 시간이 있으시면, 그 시간에 경제정책론 공부 좀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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