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4자회담 북한 의제 구체화 요구로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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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한반도 평화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쉽게 회담의 시기나 장소.운영방식등 절차문제가 타결됐으나 최대 관건이던 의제문제에 걸려 회담이 난항하고 있다.

의제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뤄진 6일 (현지시간) 오후회의에서 4자의 입장은 분명히 밝혀졌다.

이에따라 7일 하루는 의제에 대한 절충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이날 회의가 이번 예비회담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첫날 기조연설에서 한반도평화체제 문제와 긴장완화및 신뢰구축등 포괄적인 두 가지 의제를 제안했다.

미국도 이를 지지했다.

이에대해 북한은 평화체제 문제를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주한미군 처리 문제로 구체화하자고 나섰다.

북한은 또 6일 오후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문제는 이미 지난 92년 남북한이 체결한 기본합의서에 모두 포함돼 있고 북.미간 평화협정 문제만 해결되면 기본합의서를 이행할 것이므로 4자회담에서는 다룰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한측의 북.미간 평화협정체결 주장이나 주한미군 처리문제 주장은 의제를 너무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포괄적인 평화체제 문제로 하자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의 입장을 지지한 셈이다.

그러나 긴장완화.신뢰구축문제에 대해선 남북한, 북.미간 관계개선 문제를 의미하는 '관련 각측간 관계개선 문제' 로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정부와 북한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형식이다.

미국은 중국측 절충안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북한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중국주장에는 반대하지만 관련 각측간 관계개선 문제로 하자는데는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완화.신뢰구축을 관련 각측 관계개선 문제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남북한과 미국은 7일 오전 각각 3명씩 참가하는 소그룹 조찬회의를 갖고 의제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견해차는 주로 남북한 사이에 있으므로 중국은 이 회의에서 3자가 합의한다면 얼마든지 의견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소그룹회의에는 빠졌다.

그러나 현재로선 소그룹회의에서 의제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북한의 북.미간 평화협정 문제, 주한미군 처리 문제 주장이 매우 강경하고 이에 대한 한.미의 반대 역시 분명하기 때문이다.

뉴욕 = 이재학 특파원.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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