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군위 옛집에도 조문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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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태어난 김수환 추기경은 유년기부터 떠돌이 삶의 연속이었다. 가톨릭에 대한 박해 때문이었다.

대구·선산 등지를 거쳐 김 추기경 가족이 처음 정착한 곳은 경북 군위군 군위읍 용대리였다. 다른 신자 대여섯 집과 함께였다. 김 추기경은 이곳에서 군위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의 신학교에 들어갔다.

군위읍내에서 3㎞쯤 떨어진 용대리 마을에는 김 추기경이 어릴 때 살던 집이 남아 있다. 허물어져 농기구 창고가 된 것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사들여 2006년 본래 모습대로 복원했다. 17일 이곳 생가에도 빈소가 마련돼 군위 지역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추기경이 살던 집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방 두 칸에 부엌이 딸린 43㎡(약 13평)쯤 되는 초가집 한 채다. 복원은 당시 군위성당 신부이던 대구가톨릭대 김태형(49·역사학) 교수가 맡았다. 김 신부는 “슬레이트 지붕을 본래대로 초가로 고쳤다”며 “복원 뒤 김 추기경께 사진을 보여 드렸는데 아주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군위성당 신도회장을 지낸 서강화(73·군위읍 서부리)씨는 “허물어지기 전 모습 그대로 소박하게 복원됐다”며 “이런 좁은 집에 부모와 8남매가 살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씨는 야산을 가리키며 “저쪽이 김 추기경 부모가 옹기를 굽던 옹기굴”이라고 설명했다. 옹기 판매는 신자들의 생계 수단이자 남의 눈을 피해 서로 만나는 방편이었다고 한다. 집에서 3㎞쯤 산 쪽으로 더 올라가면 가톨릭공원묘원이다.

김 추기경은 10여 년 전쯤 동화작가 정채봉씨 등과 같이 이 집을 찾아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보통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군위성당 최호철(41) 신부는 “지역 신자와 주민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진다”며 “기념관 건립 등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군위=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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