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예비회담 스케치…용어선택등 유연해진 북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뉴욕에서 5일 시작된 한반도평화 4자회담 예비회담에서 북한은 예상대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용어의 선택이나 예비회담의 진행방식에서 몇가지 '융통성' 을 보인 점은 주목된다.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기조발언에 나선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金桂寬) 외교부 부부장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유지를 위해 북.미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며 '주한미군의 문제' 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북한 사이의 신뢰조성과 경협문제는 남북한 간에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딱부러지게 말한 것은 아니나 4자회담 의제는 북.미 평화협정에 국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물론 중국마저 들러리로 만들겠다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도발한 한국전쟁 때문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발상도 여전히 고수했다.

따라서 북한이 만일 4자회담 의제로 북.미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문제를 명시적으로 못박자고 끝까지 고집한다면 사실상 4자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 라고 못박지 않고 '주한미군의 문제' 라고 표현한 대목은 조금은 유연하게 나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게 관측통의 견해다.

…기조발언에 이어 시작된 예비회담의 진행방식에 대한 논의에서 북한은 회담의 시기, 대표의 수준, 장소, 운영절차등 비교적 합의에 이르기 쉬운 문제부터 다루자는 중국과 한국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기존에 합의한 내용도 합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는 토를 달았다.

오후 회의에서 논의된 본회담의 시기나 수석대표의 격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식량지원과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이같은 논의순서는 바람직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최대 고비라고 알려진 본회담 의제를 논의한 다음 다섯번째 항목인 기타사항에서나 이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회담의 논의사항을 이런 순서로 합의했다는 의미는 본회담 의제를 규정하는 문제에 대해 절충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 이재학.김동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