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대통령의 마지막 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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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임기중 사실상 마지막이 될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여당소속및 의원직을 겸하고 있는 장관을 중립적인 인사로 바꾸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일부 수석들을 입각시키는 배려와 함께 임기말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하자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리를 포함해 경제부총리.통일부총리를 유임시키고 주요 경제장관과 외교안보팀을 그대로 둠으로써 임기말에 국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새 내각의 제1의 임무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도 잡음없이 치러 정권을 차질없이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각이 여야의 정치싸움에서 독립해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엄정하고도 공평한 심판자로서 선거관리에 임해야 한다.

이미 92년 대선에서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중립적 역할을 경험했던만큼 이번에도 그러한 전통을 유지시켜 나가기 바란다.

새 내각의 또 다른 임무는 임기말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기를 6개월 앞두고 내각의 절반가량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임기말 행정의 공백이나 표류 등 부작용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장관이 바뀌면 브리핑.업무파악 등으로 몇개월을 소모하는 것이 보통인 점에 비추어 무엇보다 신속한 인계인수 등이 이루어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새로 취임한 장관들은 특수상황인 점을 의식해 빠른 시간안에 업무를 장악할 수 있도록 각별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새 각료들은 지금이 대통령의 임기말이라는 점을 감안해 새로 일을 벌이려 하지 말고 전임자들이 벌여놓은 사업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임기말이라고는 하지만 대기업의 부도사태,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 등 정부가 할 일은 태산이다.

새 장관들은 6개월을 그럭저럭 보내 장관 타이틀이나 갖자는 식으로 안일하게 지나지 말고 임기끝까지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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