롄잔, 리덩후이 후계자 굳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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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만이 최근 완료된 개헌 (改憲)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포스트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대만성 (臺灣省) 의 기능을 대폭 축소시킨다는 의미를 지녔던 이번 개헌작업의 성공으로 李총통의 후계구도가 완전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의 가장 큰 승리자는 롄잔 (連戰) 부총통겸 행정원장. 連은 대만성 성장 (省長) 이자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쑹추위 (宋楚瑜) 의 정치적 입지를 와해시키는데 성공했다.

개헌안의 핵심 내용은 대만성의 성장 및 의회선거를 민선이 아닌 관선 (官選) 의 상태로 돌려 놓은 것. 이에 따라 내년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만성장 선거에 재출마, 승리를 거둔 뒤 여세를 몰아 차기 총통까지 넘보려던 宋의 야심은 물건너 가고 말았다.

대만성장 宋은 지난 94년 첫 민선 성장선거에서 4백70만표를 얻어 당선된 초대민선 대만성장이다.

지난해 열린 초대 민선 총통선거에서 李총통이 5백80만표를 얻어 당선된 것 말고는 대만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이른바 '인기 정치인' 인 셈이다.

이에 비해 連부총통은 민의 (民意) 의 기초가 없다.

지난해 총통선거에서 李총통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됐지만 동반당선에 불과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의 인기연예인 바이빙빙 (白氷氷) 의 딸 유괴납치 사건과 각종 치안공백 상태를 노출시킨 사건 등으로 인해 국내의 인기는 형편없이 추락해 있어 李총통의 '다음' 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느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連을 후계자로 키워온 李총통은 이같은 세불리 (勢不利) 를 개헌을 통해 '한판' 으로 뒤집으면서 連에게 최대의 선물을 안겨줬다.

連은 개헌을 통해 일거에 최대의 정적을 제거하는 한편 李총통의 다음 후계자라는 인상을 국내외에 확고하게 다지게 된 것이다.

대만독립을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는 최대 야당 민진당 (民進黨) 은 이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대륙에 대한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유지해 왔던 대만성 정부를 축소한다는 내용이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대만독립에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85%가량이 현지 출신인 대만의 국민들이 내심으로는 대만독립을 바라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李총통과 連은 결국 이같은 여론의 암묵적인 동향을 등에 업고 개헌을 실시, 후계구도를 확정짓는 노련한 솜씨를 선보인 것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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