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무기 완전 포기 준비되면 북한과 관계정상화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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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 개발 계획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외교 원칙을 제시한 뒤 첫 번째 이슈로 북핵 문제를 꼽으며 “동북아 안정을 흔드는 가장 첨예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힐러리 장관은 나아가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고 북한 주민들의 에너지와 다른 경제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도 말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지지한다”며 “북한 정부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복귀하기로 한 약속을 계속해서 준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기존 약속을 반드시 준수하라”는 북한에 대한 경고성 발언인 동시에 대북 관계 정상화와 대규모 경제 지원 등을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조만간 확정될 오바마 정부 대북 정책의 큰 틀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지속 추진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병행 추진에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힐러리 장관의 발언 중에서는 ‘핵 계획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이란 단서를 단 것에 의미가 있다. ‘완전히 포기한 다음’이 아니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이라고 한 것이다. 이는 핵폐기 협상이 본격화되고, 성의 있는 행동을 북한이 보일 경우엔 북핵 협상과 동시에 관계 개선 협상도 병행해 나갈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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