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한국 인재 세계로 진출할 기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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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05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예술의 거리’ 소호에 자리잡은 뉴욕 현대미술관 (MoMA) 디자인 스토어. 세련된 차림의 미국인들이 색동 무늬 핸드백, 수저 모양의 병따개 등 독특하고 기발한 한국 디자인 제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널따란 전시장의 한쪽 벽에는 ‘서울’이라고 쓴 한글 포스터가 걸려 있다.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년 반 동안 준비된 ‘데스티네이션:서울(Destination:Seoul)’ 프로젝트가 개막된 것이다.

여간 까다롭지 않은 MoMA인지라 일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품이 들어야 했다. 캐시 선튼-바이어스 리테일 매니저와 보니 매케이 창작 마케팅 매니저는 2007년 직접 서울로 날아갔다. 이들은 인사동·삼청동 등 한국의 전통예술이 스며있는 곳곳을 누비며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당시 한국의 디자인을 처음 접했던 선튼-바이어스는 강렬한 그래픽과 함께 몇몇 작품에 깃들어 있는 자연보호 정신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는 “헌옷을 이용한 고릴라 인형처럼 재생품으로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매케이는 “작품들마다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함께 녹아있어 무척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들의 눈이 정확했는지, 많은 한국 디자이너 제품이 이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깃들어 있는 실용성이 힘을 발휘했다. 특히 십장생 우산과 지문 모양의 커프스 버튼은 반입 초기부터 동이 났다.

한국 디자인에 대한 열기는 이날 저녁 리셉션 때에도 분명히 느껴졌다. MoMA 디자인 스토어에서 열린 파티에는 현대 블랙카드를 창조해낸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부부를 비롯, 국제적인 레스토랑 평가업체 자가트 가이드의 사장 팀 자가트 부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한국의 미를 만끽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한국에 세계적 디자이너가 없는 건 재능 있는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기회가 없는 탓”이라며 “이번 행사가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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