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처럼 생긴 호두, 뇌 건강에도 으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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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음력 정월 대보름을 맞아 새벽부터 부럼을 깨물며 “일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기원한 가정이 많았을 것이다.

부럼, 즉 견과류의 대표격인 호두를 힘껏 깨물어 한번에 부쉈다면 호두 껍데기 대신 치아가 먼저 상했을 수도 있다. 치과 의사들은 이런 ‘만용’은 절대 부리지 말기를 당부한다. 만약 부럼(호두)을 먹어서 피부가 좋아진다면 호두에 풍부한 비타민 B군의 일종인 니아신 덕분일 것으로 피부과 의사들은 본다.

호두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전 세계 호두의 66%가 생산된다. 생김새가 뇌와 많이 닮았다. 한방에선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권장한다. 머리가 좋아지려면 뇌 모양과 닮은 호두를 즐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간이 간 건강에 유익하다는 한의학의 ‘동기상구(同氣相求)’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로 호두엔 뇌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여럿 들어 있다. 뇌세포를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인 ALA(알파리놀렌산)가 풍부하다. 또 호두의 칼슘·레시틴 성분은 뇌와 신경을 강화시키고 불면증·노이로제를 완화한다. 호두를 갈아서 차로 마시면 두뇌 발달과 숙면에 좋다.

그런데 미국인은 ‘호두’ 하면 뇌보다 심장을 먼저 떠올린다. 200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호두나 호두가 든 식품 라벨에 “하루 1.5온스(약 43g, 8개 정도)의 호두 섭취는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문구의 표시를 허가했다. 호두가 심장병 예방에 기여함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매일 호두 43g과 호두 기름 1티스푼을 6개월간 먹은 사람(비만한 남녀 23명 대상)은 보통의 식사를 하는 사람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1%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뉴트리션』지 2004년 11월호).

이처럼 호두가 심장 건강에 이로운 것 역시 ALA 덕분이다. ALA는 꽁치·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DHA·EPA와 함께 ‘오메가-3 지방 3총사’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의 일종이다. 또 호두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은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바뀌는데 이것이 혈관을 확장시킨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견과류를 꼽은 것도 호두·아몬드 등의 심장·혈관 보호 효능을 높이 평가해서다.

여느 식물성 식품과는 달리 탄수화물 함량이 낮다는(100g당 12.6g) 것이 호두의 영양상 특징이다. 대신 단백질(15.4g)과 지방(66.7g)이 많이 들어 있다. 이 지방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불포화 지방도 나쁜 지방인 포화 지방과 마찬가지로 1g당 9㎉의 열량을 낸다는 사실이다. 마른 호두의 100g당 열량은 652㎉(볶은 것은 673㎉)에 달한다. 따라서 체중을 걱정한다면 하루에 1줌(약 40g) 이상 먹는 것은 곤란하다. 하루에 두서너 개만 먹으라고 충고하는 학자도 많다. 또 ‘과도한’ 지방이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소화력이 약하거나 설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호두는 가능한 한 껍데기가 붙어 있는 것을 사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껍데기를 깐 것은 공기 중에서 산화되므로 캔·병 등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둔다. 2~3개월 이상 지나 곰팡이가 피거나 지방(기름)이 산화(산패)한 것은 먹어선 안 된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도 산화하면 과산화지질이란 유해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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