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웃음에 담은 7개의 교훈 ‘21세기판 이솝 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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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안모 미키에 지음, 시모와다 사치요 그림
이영미 옮김, 문학수첩, 128쪽, 9500원

 곰·호랑이·까마귀·뱀·올챙이·수사슴 등의 동물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7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표제작 ‘머리를 부딪친 곰’의 곰은 머리에 커다란 혹을 단 채 ‘레이디 베어’를 찾아 나선다. 곰은 ‘레이디 베어’가 무척 소중한 이라는 희미한 느낌만 갖고 있을 뿐, 그게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나 천천히 살아가기에 하루 늦게 대답하는 100살 먹은 거북이, 털복숭이 송충이, 의자에게까지 “네가 레이디 베어니?”라며 어리숙하게 묻는 그의 머리통을 힘껏 내려치는 손길이 있었으니. 바로 ‘레이디 베어’, 곰의 억센 마누라였다. 어른들도 피식 웃을만한 반전이다.

‘잘 먹겠습니다’는 제가 잡아 먹은 여우가 불쌍해 눈물을 흘리는 호랑이, 제 뱃속의 닭이 불쌍해 우는 호랑이 뱃속의 여우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먹이사슬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은혜 갚는 뱀’에는 과거의 열매를 먹고 옛 기억에만 사로잡힌 아빠 뱀, 미래의 싹을 먹어 미래만 생각하는 엄마 뱀이 나온다.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는 이 우화엔 ‘잘 먹겠습니다’의 호랑이가 카메오로 등장한다. 7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느슨한 고리로 연결되어 따로 또 같이 읽힌다.

‘현대판 이솝 우화’라 할만큼 톡톡 튀는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를 따라 읽는 맛이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주최하는 ‘작은동화 대상’을 받은 이 책은 출간 3개월 만에 7만여 부가 팔리는 등 동화로는 이례적으로 히트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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