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영업실적 분기별 공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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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에도 선진국처럼 분기별 경영실적을 스스로 공표하는 상장사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 공개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고무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들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분기별 실적 공개에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투자가관리 (IR)에 적극적인 LG그룹 계열사등일부에서 분기실적을 공표하고 있다.

LG증권과 LG건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별 영업실적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특히 LG건설은 세부경영내용을 담은 8쪽 분량의 소책자를 1천부씩 찍어 국내외 증권사 및 기관투자가와 1천주 이상 국내소액주주들에게 우송하고 있다.

전자.화학등 국제우량주로 꼽히는 LG계열 여타 상장사들도 조만간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LG건설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기업의 단기실적을 신속히 전달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올바른 투자판단 지표를 제공하려는 의도" 라면서 "증시 펀드매니저나 소액투자가들로부터 격려전화를 많이 받았다" 고 말했다.

현행규정상 상장사들은 회계연도 및 반기별 사업보고서를 투자가들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분기별 경영실적은 공시의무가 없다.

다만 증권사들은 분기실적을 당국에 제출토록 돼 있고 외국인주주 비중이 큰 일부 대형상장사들이 외국기관투자가 상대의 기업설명회에서 비공식적으로 분기실적을 언급하는 정도의 관행만 있어 왔다.

금융개혁위원회가 모든 상장사로 하여금 분기별 사업보고서를 작성, 공시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최근 추진했다가 "기업의 회계업무부담이 너무 늘어나 시기상조" 라는 재계반발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국내 대표적 외국인선호 주식종목의 하나인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회계기준에 맞춰갈 수 밖에 없는 추세에서 대형우량종목부터라도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는 관행을 정착시켜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주주중시풍토가 강한 미국 증시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 (장외시장)에 속한 공개기업들이 기관투자가들을 초청, 분기별 영업실적을 공식발표해 자료가 주식투자의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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