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적 7권 출간 준비 요리사 김원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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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리전문대학을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이 책들은 그 때를 위해 미리 교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

93년 '정통 일본요리' 출간 이래 '정통 복어요리' '정통 초밥요리' 등 이미 8권의 요리관련서를 낸 요리사 김원일 (金元一.40) 씨. 그가 이번엔 '정통 회요리' '요리는 나의 이력서' 등 7권의 책을 연달아 내고자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이중엔 일본어교재도 2권 포함돼 있어 '공부를 못해' 요리사 직업을 택했던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각고의 세월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고3때 고향인 부산동래의 한 호텔식당에 심부름 갔다가 요리사 모습에 반했죠. '성적도 좋지 않은데 이걸 하면 먹는 걱정은 안하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그길로 그곳 주방장을 졸라 무보수로 6개월이상 일하면서 김씨는 요리사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요리가 '종합예술' 임을 깨닫게 된 것은 82년 일본에 건너가 일하게 됐을 때. 술과 담배까지 끊을 만큼 요리에 빠진 그는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만 해도 유학자격은 한국에서 1년이상 대학을 다닌 사람에게만 주어졌지만 목표가 있는 그에게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동안 배운 일본어 실력으로 비교적 쉽게 부산 성심외국어전문대 일어과에 들어간 그는 1년이 되자 훌훌 떨치고 일본 오사카로 갔다.

김씨는 그곳에서 세계 3대 조리학교의 하나라는 아베노쯔지조리사대학원기술연구소에서 일본요리와 서양요리과정을 마쳤다.

그후 도쿄 (東京) 양식당등에서 일하다가 다시 프랑스에서 2년간 공부한 뒤 92년에야 서울에 정착했다.

"생선마다 해부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조리칼 하나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선 전문대에서도 그런 걸 배우기 힘들어요. 그래서 학교부터 세우고 싶었는데 지난 95년에 잠시 몸담은 외식업체가 부도나는 바람에 대학설립은 커녕 빚까지 안게 됐죠. " 장인 (匠人) 특유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월급쟁이' 생활은 할 수 없었던 그는 경기도분당에 부인과 단둘이 일식집 '에도긴스시' 를 열었다.

다행히 테이블 6개로 시작한 그곳은 각계의 유명인사등 미식가들을 단골로 만들면서 1년만에 그간 쌓인 빚을 다 갚고 식당까지 확장할 자본을 만들어 주었다.

간장.소스 하나하나에까지 우러나는 김씨만의 독특한 맛 덕분이었다.

초등학교4학년.유치원생인 김씨의 두 아들도 그가 지난 10여년간 3~4시간씩 자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 '요리사' 라는 아버지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주말이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새벽시장에 다니기 때문에 웬만한 생선들도 이름을 다 안다고. "과외같은 거 안 시킬겁니다.

학교성적이 전부가 아니란 건 제 스스로 아니까요. 이왕이면 둘 다 훌륭한 요리사로 키워 제가 세운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 식당이 잠시 한가한 틈을 타 김씨는 또 책을 펴든다.

원고에 보충할 내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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