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 강원 남부 “광동댐 사수 확보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태백·정선 등 강원 남부지역의 식수원인 삼척시 하장면 광동댐. 댐 수위는 12일 오전 8시 현재 댐 해발 663.32m로 취수 제한의 662m까지는 불과 1.32m를 남겨 놓고 있다. 광동댐에 남아 있는 유효저수량(취수 가능한 물의 양)은 59만t으로 최대 3월 중순까지는 버텨낼 수 있다. 그때까지도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사수(死水·자연 취수가 불가능한 취수탑 아래의 물)를 퍼내 수돗물로 공급해야 한다. 1989년 광동댐이 가동된 이후 초유의 사태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은 펌프·송수관 등 사수 취수 시설을 수심이 가장 깊은 지점까지 이동시켜 이달 21일까지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대 91만t의 사수를 퍼내 유효저수량이 고갈된 이후 40일을 더 버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음이라는 돌발 변수에 부닥치고 있다. 현재 광동댐 일부는 평균 두께가 50㎝에 이르는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다. 이 얼음층을 깨고 길이 300m, 폭 20m의 취수 운반로를 만든 뒤 펌프를 장착한 배를 물 위에 띄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펌프 4대로 물을 끌어올려 드럼통 위에 떠있는 송수관을 통해 흐르게 하는 것이다. 태백권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철길이나 다리를 놓는 것처럼 힘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태백권관리단은 겨울철 도하작전 등의 경험과 인력·장비를 보유한 군부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군은 13일 현지를 답사한 뒤 ‘얼음 제거 작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태백권관리단 오주익 시설관리 차장은 “국내에 전례가 없는 공사”라며 “톱으로 얼음을 잘라내 바가지로 퍼나르거나, 폭약으로 폭파하는 등 모든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송수관은 얼음 위에 설치하고 펌프가 설치되는 지역만 얼음을 제거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