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리포트/원추리] 달고, 연하고, 담백하고…입 안 가득 퍼지는 봄내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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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봄나물 하면 쓴맛이다. 하지만 이 공식에 어긋나는 봄나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원추리(사진)다. 원추리는 맛이 달고 연하며, 감칠맛 나는 담백함이 매력인 봄나물이다. 때 이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원추리는 넘나물 또는 근심을 잊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망우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추리는 그 별칭답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등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겨우내 지친 몸과 마음의 기운을 북돋워줄 뿐 아니라 이뇨와 지혈, 항염 효과도 있다고 한다.

원추리는 이른 봄에는 어린순을 많이 먹는다. 어린순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도 좋고, 어린순을 넣고 끓인 된장국 또한 일품이다. 정월 대보름이 며칠 지났는데, 원추리는 이맘때 먹으면 좋은 채소다. 정월 대보름에 원추리로 국을 끓여 먹으면 한 해 내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한다.

이외에도 색다르게 튀김으로 요리해도 좋고, 데친 어린순을 청경채볶음처럼 기름에 볶아 먹어도 별미다. 향이 거의 없는 원추리는 어느 양념에도 잘 어울려 요리하기 편하다. 주의할 점은 생으로 먹으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한다. 원추리는 꽃도 식용으로 사용되는데 여름이 되면 꽃봉오리로 전을 해먹거나, 차로 마시기도 한다.

원추리는 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서울가락시장에는 지난달 말 출하가 시작됐는데, 이달 들어 출하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2월 중순부터 3월까지가 최대 성수기로 이 시기 순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다. 요즘 출하되고 있는 원추리는 부여와 청양 등 거의 충청남도산으로 하우스 재배다. 3월부터는 노지품이 출하되는데 이때는 충남과 함께 전남·북, 강원도에서도 출하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 시기 또한 전체 원추리 거래량의 80~90%가 충청도산이다. 원추리는 지역별로 상품성에 큰 차이가 없어 특별히 산지를 고를 필요는 없다. 대신 나는 시기가 중요한데 4월이 되면 잎이 억세지기 때문에 지금이 제철이다.

좋은 원추리는 순의 길이가 짧고, 밑동부터 전체적으로 통통하다. 그리고 속순일수록 맛이 좋아 겉순과 속순의 가격 차이가 두 배가량 나기도 한다. 원추리 가격은 4㎏ 상자가 평균 5000원 선, 400g 기준으로 500원 정도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유통정보팀 이한미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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