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다시 '술장사' 전념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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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때 18개 계열사를 리방침이 결정됐다.

㈜진로를 비롯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4개 기업은 살리고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2개사는 과감하게 정리해 나간다는 게 골자다.

물론 정상화대상 기업에는 6개월~1년3개월 동안 원금상환을 유예해 주거나 이자를 깎아 주는등의 지원책이 강구된다.

정리대상 기업에도 2개월이라는 여유를 확보해 주었다.

이 방안대로 될 경우 한때 1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서열 19위를 자랑했던 진로그룹은 모기업인 ㈜진로.진로건설.종합식품.쿠어스맥주등 4개 계열사를 가진 미니그룹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진로그룹은 이 4개사를 끌고 가기도 버겁다는 입장이다.

우선 진로종합식품은 장사가 되는 석수등 음료사업부문을 제외하고는 정리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진로건설도 건설경기를 봐 가면서 매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다만 진로쿠어스맥주는 합작처인 미국 쿠어스맥주의 주선으로 진로그룹의 지분 (66.6%) 중 일부 (15%) 를 매각해 2억달러 정도를 확보, 정상화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부도유예협약이 만료되는 28일 이후에는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증권.보험이나 파이낸스사등이 돌리는 어음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은 남는다.

그러나 지뢰처럼 널린 이런 부도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로측은 그동안 60여개 금융기관들을 설득해 원금상환유예기간중에는 어음을 돌리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아 놓아 한시름 놓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진로그룹은 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와 맥주생산업체인 진로쿠어스맥주 2개사만 가지고 갈 가능성이 크다.

채권금융기관들도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진로그룹의 자구계획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진로측이 내놓은 자구계획중 핵심으로 꼽히는 서울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2만7천평).서초동땅.아크리스백화점등 굵직한 부동산의 인수자가 아직은 불분명한 상태다.

㈜진로에 대한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인 경영권포기각서 제출도 불투명하다.

진로그룹 관계자는 "㈜진로 지원자금 (3백69억원) 은 충분치 않은 돈인데 그 돈을 받기 위해 경영권포기각서를 쓰기는 어렵다" 며 "각서제출 여부는 미지수" 라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의 처리방안 결정은 새로운 형태의 부실기업 처리절차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또 정리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신용평가사에 의뢰해 실태를 점검하고 대상기업과의 협의를 거쳤다는 점도 인정받을 만한 일이다.

송상훈.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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