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은행,한국系 은행 현지 대출금 '要주의' 분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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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싱가포르중앙은행 (MAS) 이 현지에 나가있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한국계은행의 여신을 대부분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토록 지도하는등 한국계은행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한보에서 기아그룹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의 부실화가 잇따르고 관련은행들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취해진 조치여서 주목된다.

MAS는 한보사태와 관련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제일은행등 4개 시중은행 지점에 대해 지난 2월말부터 각각 3개월간의 검사를 벌이고 한국기업에 대한 여신의 상당부분을 정상 (正常)에서 '요주의' 또는 '고정' 으로 낮추라고 지도하고 나섰다.

예컨대 MAS는 ㈜대우의 말레이시아.필리핀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대출금 2천만달러의 경우 공사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고정으로 넣도록 지시했다.

또 현대그룹의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는 이유로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은 요주의, 현대강관에 대한 여신은 고정으로 각각 여신분류를 낮췄다.

MAS규정에 따르면 ▶차입자의 신용상태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을 때는 요주의 ▶자금사정 악화로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울 우려가 있으면 고정 ▶상환이 의문시되거나 손실이 났지만 금액이 확정되지 않으면 회수의문 ▶아예 떼이면 추정손실로 각각 분류된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고정이 10%,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이 각각 1백%다.

MAS가 한국계은행에 대해 여신분류상황등 경영건전성 검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대동.평화등 후발은행의 신용장을 담보로 현지진출 국내기업들에 지원한 외화자금에 대해서도 MAS는 한국계 후발은행들의 상반기 수지가 악화됐다며 이를 고정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한국계은행의 지점들은 이번에 지적된 여신을 지금까지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다는 이유로 모두 정상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현대.대우등 국내 대기업이 거래하고 있는 현지의 다른 외국은행에도 MAS가 똑같이 여신분류를 낮추라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MAS는 또 이들 은행지점에 대해 앞으로 싱가포르에서 본점으로 보낸 과실송금의 1백%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음해에 다시 본점으로부터 지원받아 현지자산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MAS의 검사를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은행은 제일.상업.외환.조흥은행등 4곳이고 최종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말 서면으로 송부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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