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콜럼버스 항해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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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항해록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지음,이종훈 옮김,264쪽,1만1900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영웅’.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게 늘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이 책은 1492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콜럼버스가 직접 작성한 항해 기록이다. 신대륙 발견을 담은 이 기록은 자신의 후원자였던 에스파니아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에게 바쳐진 것이다.

당시 콜럼버스의 항해는 요즘으로 따지면 일종의 ‘벤처 사업’이었다. 그는 여왕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조건도 달았다. 자신과 후손들에게 귀족의 칭호를 주고, 새로 발견하는 모든 땅의 총독으로 자신을 임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새로운 땅에서 얻는 수입의 10분의 1과 무역 거래 지분의 8분의 1을 달라고 했다. 모든 권리는 후손에게 상속된다는 조건도 붙였다. 물론 새로운 땅이 여왕의 소유가 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결국 여왕은 세 척의 배와 90여명의 선원을 투자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따분해지기 쉬운 게 항해 일지다. 이 책은 콜럼버스 당대의 자료를 듬뿍 싣고 있다.지구가 평평한 것으로 그려진 15세기 세계지도 등이 그런 자료다. 지도는 당시의 세계관에 비춰볼 때 ‘지구는 둥글다’고 믿었던 콜럼버스의 소신이 대단한 모험이었음을 우회적으로 반증하고 있다.

또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살던’아메리카 인디오들의 평화로운 생활상을 적고 있다. ‘하느님의 뜻으로 이 땅에 왔도다’란 콜럼버스의 믿음이 과연 타당한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이외에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항해 생활의 어려움을 읽는 재미도 적지 않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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