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미용사가 밝힌 북한 여성들 멋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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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의 소망이죠. 북한 여성들이라고 예외일 수 있나요. " 북한 신의주에서 오랫동안 미용사 일을 했던 귀순자 김초미 (46) 씨는 북한여성들도 아름다움을 희구하는 마음에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는 화장품 종류가 많지 않아 분.화운데이션.루즈 정도의 기초화장품만으로 다양한 효과를 연출해야 한다고 金씨는 전했다.

대표적 화장법은 볼터치. 얼굴이 생기있게 보이도록 볼주변을 분홍색조로 단장하는 화장품이 귀하기 때문에 입술루즈를 살짝 볼에 묻혀 기술적으로 홍조를 띠게 하는 볼터치가 유행이다.

귀걸이는 금기사항. 귀걸이가 흔치 않은데다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규찰대의 단속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청바지도 미제국주의의 전형으로 금기시하지만 그래도 입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한다.

미장원에서는 파마값이 상당히 비싸다.

70년대에 4원, 80년대에 8원, 90년대에는 12원으로 올랐다.

여성 노임이 월 50원 쯤이니 파마를 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 여성들도 미용사에게 주문사항이 많다고 한다.

특히 파마를 '양털' 처럼 해달라는 아가씨가 많다.

'양털' 처럼 확실히 말아야 오래가기 때문. 파마는 잘해야 1년에 두번. 김씨는 "머리를 잘 말아서 빗도 안들어가게 해줘야 좋아한다" 고 전했다.

물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도 있지만 돈푼이나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는 스타일은 '귀신나온다' 며 놀림감의 대상이다.

멋을 내려는 여성들에게 골치덩이는 파마약. 김씨는 "지금은 파마약이 좋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질이 형편없었다" 고 말했다.

냄새가 지독한데다 손톱이 빠질 정도로 독하다.

미용사들도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는데 손님들은 고통이 더욱 심해 못견딜 정도. 파마할 때 머리를 감는 끈이 없어 자동차 튜브를 잘게 썰어 쓰는 것도 큰 문제다.

묶으면 머리가 다 뽑힐 정도로 아파서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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