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사 방패 든 사람은 노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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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본부는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경찰의 진압작전에 개입했다는 의혹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6일 밝혔다.

MBC ‘PD수첩’은 3일 방송에서 용역직원이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2~3명의 사람들이 ‘POLICIA’(스페인어로 경찰)라고 쓰인 방패를 들고 경찰관을 따라가는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들은 사건이 난 남일당 빌딩 옆 가건물에서 사는 용산지역 노점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용역업체로부터 방패를 빌려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나온 경찰은 건물에서 추락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본부장인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PD수첩에 방영된 화면의 원본을 본 노점상들이 화면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BC PD수첩 측은 “해당 인물이 용역직원이라고 단정해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용역직원이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농성자들에게 소화전을 쏜 사실은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용역업체 직원과 함께 있던 경찰관 1~2명을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나게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망루 4층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농성자 4명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조사할 계획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참여한 진상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경찰의 호위 아래 철거민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7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추모집회를 열기로 했다. 경찰은 폭력집회로 번질 경우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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